8일간의 여정..

정석찬 | 2011.06.12. 16:25 | 글번호 376

 

6월4일
전라도 광주에서 집에오니 12시가 넘었다
집에 오니 아내에게서 본가의 멍순이 집을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신없이 인터넷에 분실공고를 올렸다
그리고 새벽1시 즈음 녀석을 찾으러 분실 장소에서 약1시간여 헤메고 다녔다.
아버지 역시 자전거를 타고 그 시간 까지 찾으러 다니셨다.

6월5일
인터넷을 뒤지며 공고를 확인하고 집근처를 찾아 다녔다
예전에 유기견을 찾아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모두 인터넷“동물 보호 관리 협회”의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 주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지역 모든
동물병원에 연락해 확인했으나 들어온 강아지가 없다고 했다.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하고 다음날이 6월6일 공휴일임을 인식하니
찾는 것이 연기됨 때문에 겪을 고통을 생각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설 연휴나 추석연휴에 잃어 버리지 않고
겨울에 잃어버리지 않음을 감사했다.

6월6일
다시 인터넷을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올라온 것이 없다.
우리 멍순이만 생각하다 다른 유기견들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여러 가지 사연을 올린 것들을 위해 잠시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라고 보내주신 소중한 생명인데..꼭 주인과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며 하루가 빨리가기를 바랬다.
우리강아지가 집을 나갔을 때 옷을 입고 미용을 한지 얼마 않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6월7일
어머니를 모시고 양주 보호센터를 가기위해 본가로 달려갔다.
아버지께서 눈물을 보이셨다..나는 고개를 떨 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날이 밝아 차를 몰고 양주의 보호기관으로 달렸으나
그곳에서.. 유기견들이 있는 공간은 출입을 할수 없니 인터넷 공고로 확인 된 유기견들만 찾아보라고 한다. 1시간을 넘게 차를 몰아 갔으나..아무런 소득이 없어..그냥 돌아왔다.
허탈한 마음에 동네에 사설 유기견들이 모인 장소를 찾아 보았다.
몇 군데 들리고 저녁 늦게 확인해 보았고 구청에도 떠 다른 구청에도 알아봤으나 들어온 유기견이 없다고 한다.. 내일에 희망을 두었지만..왠지 마음이 슬퍼졌다.
아버지는 오늘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간되실 때 마다 자전거로 돌아 다니셨다.

6월8일
새벽에 급한 마음에 A4용지로 전단을 만들어 분실 지점에서 1KM까지 약100여장 붙였다.
새벽3시 까지 붙였다..붙이고 나니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내일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6월8일 낮에 연락은 한건도 오지 않았고..지나다니다 보니 전단은 모두 없어졌다.
야속하게 느껴졌다..
인터넷을 30분 단위로 뒤지기 시작했다..보고 또 보고.. 인터넷 상의 분실견들이
내 식구처럼 눈에 익어갔다..
다시한번 기도드렸다. 제발 이 아가들도 주인을 찾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물보호 협회의 재회 사례를 탐독하였다
어떻게 찾을수 있는지, 또 동물들의 습성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리고 하나 하나 정리하며 생각을 했다.
그러니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1)기본적으로 동물병원에 맡기지 않았다점
2)구청에도 연락이 없었다는 점
3)인터넷에도 올라오지 않는 다는 점
4)우리 강아지가 옷을 입고나간 점이나 미용을 한지 얼마 않되었다는 점
5)경찰서에도 신고 된 것이 없다는 점.

이상의 네 가지를 분석해 보고 추리해본 결과 누군가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사람인 어른들이 불쌍하다고 데리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곧 이런 결론이 나오자 어른들의 눈에 띄는 색으로, 또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사진으로
준비해 컬러로 전단을 제작했다.

6월9일

집근처의 동물병원을 다니고 애견센터를 다녔다..
그러다가 자전거 까지 분실했다..누가 자전거 마저 집어갔다.
이 어찌...
애견센터 주인이 절망적인 말을 했다.
대부분 2-3일이면 찾는데 찾기 어렵지 않겠느냐고..마음 편히 가지라고..
그를 뒤로 하고 문을 나서며..한숨을 쉬었다..
인터넷을 30분단위로 검색했다.
희망을 놓지 않았던 내 마음이 절망의 마음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과연 찾을수 있을까..? 누가 기른다고 내놓지 않으면 어찌 되는 것인가..?
그대로 새 식구를 찾음에 감사해야 하는가?
오늘도 두손을 모아본다. 빨리 내일이 와서 전단을 작업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그리고 또 재회사례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분석이 아닌 꺼져가는 희망을 잡기위해서 이며 나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다..
나도 찾으면 꼭 재회사례에 올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위로를 받는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우리 강아지 사진이 뒤로가서
다시 업데이트 하며 올린다.
덕분에 이 동물보호센터 첫화면에 등장했다...가문의 영광이다. 그것도 개가..

6월10일
친구에게 연락해 이 지역 지리를 잘 아는 교회청년들을 아르바이트 생으로 불렀다.
그들에게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약 4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 3만원을 준다고
하며 7시부터 저녁을 먹이고 전단지 부착작업에 들어간다.
당부를 했다.
1)우리의 타겟은 가정집이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것은 가정집에서 보호 하고 있기 때문이 다.
2)골목, 골목 큰 길가. 버스정류장, 지하철, 아파트 학교등지에 촘촘히 붙인다.
3)폐휴지를 모으시는 분이나 구청직원들이 전단을 떼니 높은 곳에 붙인다.
4)옷을 입고 미용을 한 상태에 나갔다면 나가자 마자 눈에 띄었을 거다 실종범위 반경
3Km 내외에 샅샅이 붙인다.
몇 시간을 걸어서 붙이고 또 붙였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 이렇게 해도 안 나타나면..난 뭐한 건가..?! 혹시 죽은 것은 아닌가? 등등 온갖 생각이 들어왔으나..그래도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아서..열심히 붙였다.
알바생은 12시까지..나는 새벽3시까지 전단을 붙이러 다녔다. 너무 힘들어했다.
다신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6월11일
많은 기대를 했는데..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절망이 들었다.
전단의 범위를 더 넓혀야 했나..후회도 들고
내가 가지 못한 곳이 생각나 자책도 들었다...
그리고 혹시..개 농장에 갔는지 몰라 근처에 가까운 개농장을 알아봤다..
한통에 전화를 받았다..동물병원이었다..비슷한 녀석이 있단다..정신이 번득들었다.
당장 흥분하며 달렸다. 내 느린 걸음을 원망하며 달렸다.
그런데..눈에 띄는 녀석은 우리강아지가 아니었다. 허탈한 마음이었으나
그녀석도 주인을 잃어 힘들 것 같아..위로의 말을 해 주고 쓰다듬어 주고 왔다.
저녁때 다시 동물 병원을 찾았다..아까 그녀석이 눈에 밟혀서다..
10일이 넘으면 찾을수 없다는 절망이 내안에 파고 든다..

6월12일
새벽에 전화가 왔다..잠자다가 급하게 깨었다.
강아지에 대한 질문이었다..그런데..사례비가 얼마냐고 찾아주면 돈 주냐고
질문하고 끊는다..허탈하고 야속했다..
이젠 못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털석 주저앉아 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을 못이루어 또 재회사례를 보며 마음을 잡았다..
기적이란 없는 것일까?
일요일 오늘로 집을 나간지 8일째..
점심 즈음 전화가 온다..역시 우리강아지를 찾는 것 보다는 이상한 전화가 왔다.
얼마 뒤 다시 다른 번호의 전화가 온다..
자신이 포스터에서 본 강아지와 비슷한 강아지를 데리고 있다고
당장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또 속지 않으리라는 마음과 설마..하는 마음이 교차했다.
아닐수도 있기에 억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잡는다.
얼마뒤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전화를 받았다.
찾았다는 소식...우리 강아지 맞다고..
집근처의 복덕방에서 보관했다고...
약8일간의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그간 시간이 순간처럼 지나간다..
또 한번 기도한다..유기 동물들이 없기를..그 친구들도 주인을 만나기를...
오늘밤은 붙여놓은 전단지..수거하러 가야 겠다.

찾아서 너무 기쁘지만..이 곳에서 저의 글을 보고 계실 분들을 보면..
저도..마음이 착잡합니다..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희망을 놓지 마세요. 우리가 포기 하면 찾을수 없을 겁니다.
말도 못하고 주인을 기다리는 우리의 아가들을 위해..
한 발짝 더 달려주세요..
여러분들을 위해 이곳에 그나마 자세하게 저의 감정까지도.. 올려드렸습니다..
힘내세요..힘내세요...

 

 

 

 

댓글을 남겨주세요!

분석결과가 저희 은비와 똑같아서 더 마음이 짠해요 ㅜㅜ

전단지 붙인지 이틀인데 장난전화 비스무리한 거 한통 오고...

저도 님처럼 나중에 이곳에 재회성공담 올리고 싶네요 ...
김진님 2011.07.04. 09:03 삭제

유니님! 제 글에 답글을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제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같은 마음을 가지는 이유는 저도 비오는 날이 야속했기 때문입니다. 전단을 붙이면 또 없어지기도 하고..그리고 비오면 너덜 해지고..무엇보다..비가 오면 우리 아가가 어찌 지낼지..고민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힘내세요..기도하겠습니다...
잘 될겁니다..아가 찾으시면..장마철에 마음고생 하실분들을 위해
재회 성공담 꼭 올려주시고요..
힘내세요!
정석찬님 2011.06.24. 19:15 삭제

석찬님! 우리 찡이 찾았어요!! 집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걸 어떤분이 제보해주셔서 찾았네요!!
거지꼴로 누나도 못알아보고 도망가는걸 평소 불러주던 애칭불러주니 걸음 멈추고 저한테 오네요!!
오늘 하루종일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반복했습니다!
저한테 희망잃지 말라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찡이누나님 2011.06.23. 01:20 삭제

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저도 희망을 갖고 더 찾아보려구요 ..
아직 3일째예요.
근데 장마라서 전단지의 까만 글씨빼고는 색깔이 모두 없어졌더라구요..
내일까지 장대비라는데 .......
하루라도 빨리 돌아다녀서 더 많이 붙여야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정말 한 통의 전화라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
유님 2011.06.23. 01:16 삭제

아.. 글을 내릴수록 눈물이 나네요...
아가가 나간후부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느껴집니다..
저는 하루만에 찾아서 글을 쓰고 다른분들은 어떻게 썼나 보러왔는데 이렇게 눈물나는 글이있네요..

희망! 진짜 버리지 않으면 찾을수있습니다!
저희 벨라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보호소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해주고 보호해주고있었습니다.
동물 잃어버린 분 힘내세요!
아기들이 기다리고있잖아요! ㅠㅠ 진짜 슬퍼요
김태훈님 2011.06.18. 22:54 삭제

곧 찡이도 나타날거예요 아직 포기할때 아닙니다. 더운데 건강유의하시고힘내세요
정석찬님 2011.06.17. 12:01 삭제

눈물나네요 진짜.. ㅠㅠ
우리 찡이도 지금 실종된지 꼬박 하루가 지났는데.. 사람 손타는 것도 싫어하고 제 기분 내킬때만 애교떠는 녀석이라 어디가 넉살좋게 밥 얻어먹고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갑니다. ㅠ ㅠ
발이 부르트도록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데 우리 찡이는 커녕 개 비슷한 것도 안보여 울컥울컥 눈물이 치미네요 ㅠ ㅠ
찡이누나님 2011.06.17. 07:31 삭제

승헌님 많이 힘드시죠? 얼마나 고통스러우세요.. 저역시 그랬습니다 .
힘내시라고 희망을놓지 말라고전하고 싶네요 . 조금전 승헌님과 아가를 위해 두손을 모았습니다.
힘내세요
정석찬님 2011.06.14. 10:01 삭제

님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눈물이 나네요..
울집 강아지는 오늘로써 12일째입니다..
8년을 키웠는데 성격이 예민하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고 제가 눈에만 안보이면 항상 울던 아이였는데
지금도 어디에선가 저를 애타게 목놓아 부를 녀석을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많이 나네요..
어렵게 찾은만큼 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정말 축하합니다
이승헌님 2011.06.13. 20:24 삭제